AI랑 같이 쓴 첫 책 원고를 합쳐 보니 772쪽이었어요. 그대로 내면 정가가 4만 원을 훌쩍 넘었습니다.
부크크 최소정가는 '2 × (쪽당 단가 × 쪽수 + 2,000원)'을 100원 단위로 올린 값이고, 쪽당 단가는 흑백 기준 A5 26원·B5 39원이에요(2026년 9~10월 확인). 그래서 자가출판(POD) 책값은 쪽수에 정비례합니다. 분량을 줄이는 건 문장 문제가 아니라 계산 문제였어요.
저는 제조 설비 제어로 15년 밥 먹고 산 엔지니어인데, 올가을엔 AI랑 책 한 권을 만들었어요. 9월 28일부터 10월 2일까지 772쪽이 438쪽, 26,800원이 된 과정을 숫자 그대로 적어둡니다. 자가출판 책값 때문에 고민하는 분께 계산표가 바로 쓸모 있을 거예요.
1. 부크크 최소정가, 산식부터 확인했어요
POD는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한 권씩 찍는 방식이라, 출판사 책처럼 많이 찍어서 단가를 낮출 수가 없어요. 같은 분야 출판사 책은 400쪽을 넘어도 2만 8천~3만 6천 원대였는데, 제 원고는 시작부터 그 위였습니다.
AI한테 시장조사를 맡겼더니 부크크 사이트 코드에 남아 있는 최소정가 함수를 찾아왔어요. 이 함수로 2026년 9월 신간 612종을 계산해 보니 서버에 찍힌 최소정가와 100% 일치했고, 제가 견적 화면에 직접 넣어 본 값과도 맞았습니다.
최소정가 = 2 × (쪽당단가 × 쪽수 + 2,000) → 100원 단위 올림
(날개를 달면 괄호 안 +700, 즉 정가 +1,400원)
쪽당단가 = B5·A4 39원 / A5(국판)·46판 26원 ※ 흑백 내지
B5 547쪽: 2 × (39 × 547 + 2,000) = 46,666 → 46,700원 (견적 화면 실측과 일치)
겪고 나서 안 주의점이 두 개 있어요. 정가는 이 최소가 아래로는 못 내리고, 승인 뒤에는 판형·쪽수·정가를 못 바꿉니다. 줄이려면 제출 전에 끝내야 해요.
2. 줄이기 싫었지만, 가격이 줄이라고 했어요
분량을 줄이자고 정한 날, 제가 AI한테 남긴 말이 이거였어요.
"사실 내용들은 다 좋아서.. 줄이기 너무 싫은데 가격이..."
그래서 감으로 쳐내지 않고 감축 규칙부터 적었습니다.
- 명령어를 독자가 직접 치게 하는 대목 → "AI에게 이렇게 말하세요" 한 문장으로
- 명령어 목록·코드 전문·서식·터미널 설정 → 지우지 않고 다운로드 부록으로 이사
- 다른 장에서 이미 설명한 규칙 → 한 문장 요약 + 참조
- 실제 경험담 → 삭제 금지. 줄여도 1~2문장으로 압축까지만
마지막 줄은 제가 고집한 거예요. 책에서 유일하게 AI가 아닌 사람의 경험이고, 독자가 얻어 갈 건 결국 그거라고 봤거든요.
3. 772쪽이 438쪽이 되기까지, 단계별 정가표
아래 표가 실제 순서예요. 정가는 위 산식으로 계산한 값이고, 547쪽과 438쪽은 부크크 화면에서 같은 값을 직접 확인했습니다.
| 단계 | 판형 | 쪽수 | 최소정가 |
|---|---|---|---|
| 첫 합본 | A5(국판) | 772 | 44,200원 |
| 판형 B5로 변경 | B5 | 547 | 46,700원 |
| 조판 압축 + 부록 다운로드 전환 | B5 | 375 | 33,300원 |
| 본문 25% 감축 | B5 | 298 | 27,300원 |
| 최종 교정 | B5 | 305 | 27,800원 |
| 판형 A5로 다시 변경 | A5 | 432 | 26,500원 |
| 제출본 | A5 | 438 | 26,800원 |
중간에 다른 AI한테 원고 정독 평가도 맡겼어요. 정확성 오류로 지적된 6건을 원고와 하나씩 대조해 고쳤고, 화면 캡처가 들어갈 그림 자리 20곳은 글자로 그린 화면 박스로 바꿨습니다.
4. 반전: 쪽수가 늘었는데 책값은 내려갔어요
표에서 이상한 줄, 눈에 띄셨나요? 두 군데가 있어요.
첫째, 772쪽을 B5로 바꿔 547쪽이 됐는데 값은 44,200원 → 46,700원으로 올랐어요. 쪽수는 225쪽이나 줄었는데요.
둘째, 305쪽을 A5로 바꿔 432쪽이 됐는데 값은 27,800원 → 26,500원으로 내렸습니다.
이유는 쪽당 단가예요. B5 한 쪽은 A5 한 쪽의 1.5배 값(39원 대 26원)인데, 제 원고에서 B5 한 쪽이 담은 글은 A5의 약 1.41쪽(772÷547)뿐이었어요. 담는 양보다 단가가 더 크게 뛰니 A5가 쌌던 거죠.
사실 AI의 시장조사 보고서는 B5를 권했어요. 같은 원고면 A5가 약 5% 싸지만 차이가 작고, 조사한 AI 실용서 29권 중 14권이 B5 계열이라 주류를 따르자는 논리였죠. 판형을 A5로 돌린 건 "독자가 편하게 읽게"라는 제 판단이었는데, 계산해 보니 값까지 내려가 있었어요.
판형을 바꾼 재조판은 조판 스크립트의 판형 설정을 고치고 다시 돌리는 식이었어요(그 김에 표 칸 너비도 손봤고요). 손으로 편집했으면 판형을 두 번이나 바꿀 엄두를 못 냈을 거예요.
5. 자주 받는 질문 3가지
Q. 부크크 최소정가보다 싸게 팔 수 있나요?
아니요. 최소가 아래로는 못 내리고, 위로는 최대 3배까지 정할 수 있어요. 결국 싸게 팔려면 쪽수를 줄이는 수밖에 없습니다.
Q. 컬러로 내면 얼마나 비싸지나요?
제 원고 438쪽 기준으로 흑백 26,800원, 컬러 본문은 42,900원이었어요. 인세율도 내려가서 흑백으로 갔습니다.
Q. 제출 직전에 몇 쪽이 바뀌면요?
쪽수가 바뀌면 책등 두께가 바뀌어 표지를 다시 만들고 규격 검사도 다시 받아야 해요. 저는 표·박스가 쪽 사이에서 잘리지 않게 전부 통째로 넘기는 설정을 켰더니 445쪽까지 늘어나서, 1~2줄만 고립되는 경우만 막는 선에서 타협했어요. 남는 쪽은 메모 쪽 수로 조절해 438쪽을 지켰습니다.
6. 정리: 분량은 마지막에 계산으로 정해요
POD로 책을 낸다면 "얼마나 쓸까"보다 정가 산식을 먼저 보세요. 쪽수가 곧 가격이고, 판형에 따라 같은 원고도 값이 뒤집힙니다. 저라면 첫 합본이 나온 날 판형 두 개로 각각 쪽수를 뽑아 산식에 넣어 볼 거예요. 금방 끝나는 계산인데, 저는 그걸 판형을 두 번 바꾸고서야 알았습니다..
다음엔 같은 책을 등록하면서 'AI 사용 여부' 칸에 뭘 어떻게 적었는지 써볼게요.
책 만들며 AI랑 같이 두드린 계산표와 스크립트 이야기는 makefield.ai에도 모아두고 있습니다.
출처
- 부크크 사이트 코드(client.js)의 최소정가 함수 — 2026-09-28 추출, 2026-09 신간 종이책 612종 서버 최소정가와 대조 → https://bookk.co.kr/client.js
- 부크크 종이책 견적 화면 직접 입력값(B5 547쪽 46,700원, 2026-09-28 / A5 438쪽 26,800원, 2026-10-02)
- 경쟁서 정가·쪽수: 예스24·알라딘 상세 페이지(2026-09-28 조사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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